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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17> 황리단길
본다는 것은
향기가 코끝을 스치듯
눈길에 스치는 게야
무엇인지 채
알아차리기도 전
사라지는 것을
그저 향기라고 하잖아
황리단길 탁 트인
골목길 책방에는
어디에나 있지만
어디에도 없는 책들이
5월의 바람을 기다리며
비스듬히 누워 있었지
햇살은 저만치
길 건너로 넘어가고
유리창 안에는
사람들이 넘기는
새 책들의 콩기름 냄새가
지문들과 함께 기지개를
펼 때
바람에 팔랑
머릿결을 날리며
긴소매로 손을 다 가린
여자아이 하나가
마스크로 온몸을 가린 채
유리창 속으로 불쑥
들어왔겠지
4월 햇살의 미련과
5월 바람이 아직
제자리를 잡지 못해
서성이던
황리단길의 봄날은
여즉 이름을 알 수 없는
여자아이의
힐끗 주고 간 눈길인 게야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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